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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에 1억 넣으면 이자가 450만원"…예금금리 5%시대 눈앞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은행권 정기 예ㆍ적금에 142조원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 금리가 꾸준히 오르자 안전자산인 은행권 예금으로 돈이 이동하는 ‘역(逆) 머니무브’가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뉴시스.

올해 은행권 정기 예ㆍ적금에 142조원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 금리가 꾸준히 오르자 안전자산인 은행권 예금으로 돈이 이동하는 ‘역(逆) 머니무브’가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뉴시스.

전라북도 전주시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김모(72)씨는 최근 한 시중은행에서 정기예금 통장을 만들었다. 1년 예치하면 연 4.5%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지인 얘기에 곧바로 은행 창구를 찾았다. 만기가 돌아온 저축은행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임대보증금 등을 합쳐 1억원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기로 했다. 김 씨는 "4.5% 금리면 1억원으로 (세전) 이자 45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며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묻어뒀던 돈도 정기예금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며, 예금금리 5%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금리가 꾸준히 오르자 안전자산인 은행권 예금으로 돈이 이동하는 ‘역(逆) 머니무브’가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에만 은행권 정기 예·적금에 142조원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기준금리 3%시대]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법인자금 포함)은 지난 7일 기준 804조4388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626조8919억)과 비교하면 9개월 여만에 142조4789억원 불어났다.

같은 기간 주식시장에선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긴 주식 매매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올해 초 71조7328억원에서 지난 7일 기준 49조304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코스피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7조6956억원으로 1년 전(14조614억원)보다 45.27% 감소했다.

예금 금리 5%시대 초읽기  

은행 예금이 다시 인기를 끄는 건 ‘이자(금리)’ 영향이 크다. 최근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4.5%까지 뛰었다. 지난해 1% 안팎의 쥐꼬리 이자에 비하면 예금자가 손에 쥘 수 있는 이자가 크게 늘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1년 만기 기준 우리은행의 비대면 전용 정기예금(원플러스 예금)의 금리가 연 4.55%로 가장 높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연 4.5%)’,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연 4.3%)’, 국민은행의 ‘KB스타 정기예금(연 4.18%)’ 등의 최고 금리도 4%선을 넘었다.

일부 예금상품은 저축은행 예금 금리를 웃돌았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체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4.14%다. 일반적으로 저축은행 수신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지만 최근 시중은행이 경쟁적으로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격차가 좁혀졌거나 역전된 것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시장에선 당분간 예금 가입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행이 11월에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서면 일부 은행의 정기예금 최고 금리가 연 5%에 다다를 수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를 인상한다”며 “최근 금리 인상 속도나 폭이 커진만큼 연내 예금 최고금리(1년 만기)가 연 5%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자 일부 시중은행은 곧바로 수신금리를 올렸다. 우리은행은 13일부터 19개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0.3%~1.0%포인트 인상하고, 농협은행은 14일부터 예금금리를 0.5%포인트 올린다.

“이제 예금도 ‘적립식’ 투자 시대”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로 들어서자 고액자산가도 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이서윤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부장은 “최근 노후자금은 물론 증권사에 맡겼던 자금까지 정기예금에 넣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며 “상당수가 주식이나 부동산을 싸게 살 기회가 올 때까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안전 투자처인 예금이나 채권으로 자금을 굴리고 있다”고 말했다.

목돈을 한번에 예치하기보다 여유자금을 쪼개서 매달 상품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승안 우리은행 TEC강남센터장은 “한동안 금리가 오를 수 있으니 여유자금을 매달 1년 만기 신규 예·적금 상품에 넣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제 예금도 한푼이라도 높은 이자를 챙겨야하는 투자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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