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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시대 끝나나②] '영끌' '빚투' 직격탄 우려…가계·기업 조달비용 비상


입력 2021.03.03 07:00 수정 2021.03.02 17:57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시장금리 상승에 대출금리 상승 기조 뚜렷…가계·기업 상환 부담 ↑

"금리 더 오르기 전에 실탄 확보하자" 기업들 회사채 발행도 봇물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최대 유행어는 ‘영끌’과 ‘빚투’였다. 사상 유래없이 낮은 대출금리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거나 빚을 내 투자한다는 의미의 단어들이 일상처럼 사용됐고, 혹자들 사이에서는 ‘대출을 안 받으면 바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유동성이 독이 되어 돌아올 위기에 처했다. 국내외 시장금리가 물가 상승 기대감으로 오름세로 돌아서며 대출금리 상승 유인이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월 하순 장중 한때 연 1.6%대까지 치솟으며 작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2019년 5월(1.9%)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국채 금리 및 회사채 금리 추이 ⓒ하나금융투자 국채 금리 및 회사채 금리 추이 ⓒ하나금융투자

이처럼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저금리 흐름에 따라 크게 낮아졌던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상승세를 향해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의 1월 평균금리는 2.70~2.97%로 전 분기 (2.42~2.66%) 대비 0.3%p 가량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 오름세도 뚜렷하다. 5대 시중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1월 기준 2.90~3.59%로 지난해 9월(2.12~2.48%)보다 1%p 가량 상승했다. ‘1%대’ 신용대출 금리가 등장했던 지난해 7월(1.99∼3.51%)와 비교하면 그 상승세가 더욱 확연하다.


문제는 빚투와 영끌, 코로나19 등 여파로 가계대출 규모가 크게 불어난 데다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높아졌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가계신용 규모는 작년 말 기준 1726조1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1년 전보다 125조8000억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 중 변동금리 비중(69.4%) 또한 1년 새 3.7%p 늘어났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변동금리 대출에 대한 차주들의 선호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변동금리 상승은 차주들의 대출 상환 부담을 심각하게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높다.


특히 금융당국이 이달 중순 발표할 '가계부채 관리방안’ 역시 대출 차주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국은 차주의 소득을 초과해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고액 신용대출에 이자뿐 아니라 원금도 함께 갚는 분할상환 의무를 지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그간 불어난 대출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어 결국 차주들이 상환해야 할 이자부담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금리 상승 움직임에 기업들도 서둘러 ‘실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세계 각국의 초저금리 기조 속 1년 가까이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로 현금을 조달할 기회가 조만간 사라지는 만큼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2020-2021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 비교 ⓒ하나금융투자 2020-2021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 비교 ⓒ하나금융투자

실제로 지난달 조달 규모를 확정한 33개 기업의 공모 회사채 발행금액은 월 기준 사상 최대치인 9조1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LG화학은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2000억원(ESG채권 8200억원, 일반회사채 3800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기업어음(CP) 발행잔액도 64조8019억원으로 지난해 초보다 25.6% 늘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 분위기가 좋아 발행 조건도 유리하게 잡히고 있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는 기회"라며 "다만 국내의 경우 장기물을 중심으로 장단기 금리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시장금리 상승현상 전반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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