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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금리인하 잇단 선제조치...가팔라진 서민 ‘대출절벽’’


입력 2020.11.19 06:00 수정 2020.11.19 08:56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올 것 왔다" 금리인하 이미 시작…SBI·OK 고금리대출 6개월 새 10%p ↓

역마진 등 리스크에 대출심사 강화·대출 회수…"저신용자 제도권이탈 우려"

수도권의 한 저축은행 영업점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수도권의 한 저축은행 영업점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저축은행에서 연 20%가 넘는 고금리대출 비중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법정최고금리 인하(24→20%) 시행에 앞서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나 금리 인하와 함께 취급차주 신용등급 심사도 한층 강화하면서 결국 저신용자 자금공급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19일 저축은행중앙회가 공시한 ‘가계신용대출 금리대별 취급현황’에 따르면 자산규모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연 20% 금리 초과 대출 비중은 10월 기준 전체대출 대비 22.9%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불과 6개월 전인 지난 4월(33.4%)보다 10%p 이상 줄어든 수치다.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 역시 지난 4월 33.5% 수준이던 20-24% 고금리대출 비중을 6개월 만에 20.9%로 낮췄다. OK저축은행의 금리대별 취급비중을 살펴보면 지난 4월까지만 해도 ‘21%대’ 금리를 이용하는 차주 비중이 19%로 가장 높았으나 현재는 이보다 낮은 ‘20%대’ 금리 이용차주(12.52%)가 고금리 이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타 자산 3조원 안팎의 주요 저축은행들도 페퍼저축은행(10월 기준 17.08%)을 제외하고 저마다 고금리대출 취급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애큐온저축은행의 20% 이상 금리 취급비중은 10월 기준 23.04%로 6개월 전보다 13.73%p 감소했고 한국투자저축은행(12.33%)과 웰컴저축은행(24.93%)도 각각 1.96%p, 1.02%p 줄였다.


한편 과거 저축은행들은 최고금리 인하가 예상되면 금리 인하 이후 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수익성 방어 차원에서 고금리대출 비중을 늘려왔으나 이제는 이 역시도 옛말이 됐다. 지난 2018년부터 최고금리 인하 시 기존 대출 약정금리도 자동으로 인하하는 내용의 ‘저축은행 표준여신거래 기본약관’이 시행되면서 기존 대출자에 대한 소급적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업계는 3년 만에 단행된 법정최고금리 추가 인하로 보다 근본적인 대출 포트폴리오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축은행을 비롯한 서민금융기관들은 차주가 대출을 연체하거나 갚지 못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감안해 고금리로 대출을 산정해 취급해왔는데 이제는 고금리 자체가 쉽지 않게 된 만큼 보다 안전하게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보전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금리 인하 조치로 저축은행들이 고금리대출을 줄여나가면서 저신용차주의 대출이용축소 현상은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번 금리 인하로 민간금융이 축소되면서 약 4만명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반면 금융연구원장 출신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문가들은 저신용자 퇴출 비율이 평균 24%,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35%까지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차주의 신용도 등을 감안해 대출금리를 책정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로 인한 역마진을 우려할 수밖에 없고 결국 향후 금리 인하까지 감안해 대출심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기존 대출 역시 회수를 유도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져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대출바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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